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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t Wish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의 영어 제목은 <Puss in Boots: The Last Wish>입니다.사실 '끝내주는 모험'이라는 부제가 조금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는 것이 약간 망설여졌습니다. 물론 아이들을 주 타겟으로 하게 될 영화에 '마지막 소원'이라는 부제는 조금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으나, 영어의 부제를 그대로 쓰는 게 영화 전반적인 스토리에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이야기는 무려 '죽음'에게 쫓기는 내용이니까요.
사실 저는 그 점이 이 이야기에서 어른들도 함께 공감하며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보았을 때 조금 더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눠볼 수 있는 주제이기도 했을 것이구요. 아이들이라고 해서 기쁘고 밝고 좋은 것만 보면서 살아가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의 삶은 사랑과 배려, 긍정이 가득한 삶으로 채워져야 마땅하지만, 삶에는 그런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고, 누구에게나 '죽음'은 언젠가는 겪어야할 필연적인 경험입니다. 그 경험을 단지 부정적이고 나쁜 것이 아닌, 좀 더 지금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하나의 기제로써 작용하게끔 한 설정은 굉장히 현명한 스토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내 자녀에게 죽음에 대해 설명해야만 한다면 이 이야기를 통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좋은 영화라는 생각합니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도망만 다니던 푸스가 '죽음'과 맞서며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장면은 액션장면으로 연출하여 극의 재미를 더하기도 했지만, 삶과 죽음이라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우리의 삶이, 마구잡이로 흥청망청 써대고 낭비할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단순하고도 분명하게 설명하였으니깐 말입니다.
스핀오프 시리즈인지 잊어버릴 정도로 매력적인 시리즈
'장화신은 고양이' 시리즈는 사실 '슈렉'의 스핀오프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슈렉이 마지막으로 나온 지 벌써 13년이 지난 지금, '장화신은 고양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탄탄한 스토리와 팬덤을 가진 캐릭터로 성장했습니다. 2007년에 나온 '슈렉 3'와 2010년에 나온 '슈렉 포에버'가 좋지 못한 평을 받으며, 팬들에게는 1,2편만 인정을 받게 되다보니 스핀오프 시리즈가 나왔을 때는 약간 불안한 마음도 있었는데요,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가정은 전세계적으로 많은 만큼, 고양이의 특징들을 세심하게 잡아낸 여러 장면들은 아이들은 물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꽤나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사실 극 초반에 '푸스'가 멋들어지게 바에 앉아있다가 우유가 담긴 컵의 우유를 할짝 거리는 장면은 코믹하기도 하지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사랑스럽게 여길 포인트 들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이라면, 귀여운 내 새끼만큼 다른 동물들에게도 한 없이 애정과 사랑이 생긴다는 것을 경험하셨을 겁니다.
사실 그래서 유기견이며 학대를 받은 개로 보이는 '페로'가 너무나도 맑고 깨끗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것은 한 번 생각해볼만한 부분입니다. 아마 작가는 버려지고 학대받는 개들이나 동물들이 이렇게나 맑고 깨끗한 영혼을 가지고 있으며, 당신들이 그렇게나 학대하고 고통을 주었음에도 원망하지 않는 천사같은 존재들임을 말하고 싶었을 것 입니다.
자신의 동료들을 마구 이용하고 죽도록 내버려 두는 '빅 잭 호너'와는 정반대되는 캐릭터입니다. 인간이지만 동물만도 못한 본성을 가진 악당. 이 영화에 등장하는 두 명의 인간은 모두 악당이나,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는 '골디락스'는 처음에는 이기적으로 굴려고 하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 그 이기심을 버리고 가족고 함께 협력하고, 그들을 구하며 결국 푸스 일행과 힘을 합치게 됩니다. 이기적인 인간들과 악당 역할에 배치되어도 순수한 동물들. 동물들의 영역에 함께할수록 선하고 순수한 마음을 갖게 되는 모양을 보면 어쩌면 작가가 인간들의 이기적인 모습에 은연 중에 지쳐 쓰게 된 스토리는 아닐까는 생각도 듭니다. '골디락스' 역시 버려진 아이이니까요.
동물을 학대하고 버리는 인간들이 이런 영화를 본다고 그들의 악한 본성이 교정되지는 않겠으나, 이 영화를 본 누군가가들은 동물을 보호하고, 자연을 지키는 것에 더 마음을 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동화의 겉모습이 변했다고 해도, 여전히 동화는 동화
이 영화에서 사실 꽤나 흥미로웠던 것은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 그리고 '빅 잭 호너'의 옆에서 날아다니는 '양심 벌레'입니다. '양심 벌레'는 아마도 피노키오의 귀뚜라미를 떠올리게 합니다. '빅 잭 호너'는 거짓말을 하는 피노키오와는 비교도 안되게 악랄하고 반성이 없는 캐릭터이긴 합니다만. 오히려 전혀 반성하지 않는 '빅 잭 호너'의 캐릭터는 세상에는 저런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현실, 그리고 그럼에도 그런 사람의 최후는 결코 좋지 않고, 홀로 끝나게 될 것이라는 권선징악적 결말도 아이들에게는 적절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도적떼로 등장한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와 같이 동화를 변형시키는 스토리는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자극적이지만 너무 큰 자극은 아니라 어린 시절 동화를 읽어온 어른들에게도 묘한 향수와 쾌감을 주는 것이 있습니다. 사실 '슈렉' 시리즈 자체가 고전적인 왕자와 공주 이야기를 비틀며 시작되었고, 거기서 흥행과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이끈 선구자 역할을 하였습니다. 저주가 풀려 아름다운 공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슈렉과 함께, 남들은 괴물이라고 부르지만, 내가 나를 사랑하고 인정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지금에는 꽤 많이 퍼진 '내 모습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것은 그 때 당시만 해도 꽤나 새롭고 혁신적인 발상이었습니다. 여전히 힘든 일이지만.
그저 살아가기만도 벅찬 현실과 일상 속에서, 앞으로 살아가야할 어린이도, 지금을 살아가는어른에게도 그 모양과 모습이 약간 변한다고 할지라도 동화는 언제나 침대 맡에서 편안하게 잠들게 하는 든든한 친구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