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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무가 리뷰
대무가 리뷰

 

일단 진짜 무당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무당은 자신의 몸에 신내림을 받아 모시는 신(神)을 통해 다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내다보며 예언이나 현재 고민의 해결책을 내려주는 사람들입니다. 단순히 예언이나 말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은 굿을 통해 직접 접신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신들의 한을 달래주거나 혹은 쫓아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당이 모시는 신도 그 문제를 일으킨다는 신도 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무당에 대한 신뢰도는 그들에게 어떤 단서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무당이 그들에게 찾아온 사람의 신상이나 혹은 고민 여부 등을 단박에 알아맞추거나, 무당이 한 말이 미래에 맞아떨어지면 급격히 상승하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와 통하고 알 수 없는 미래를 맞히는 능력은 신묘하고 모든 것을 아는 절대적인 힘처럼 보이지만, 무당 역시 자신에게 임한 신에 의해 발휘하는 능력이기에 신(神)에게 의지하며 의탁하는 존재입니다. 무당의 능력은, 그 무당에게 얼마나 큰 힘을 가진 신이 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무당끼리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신이 어떤 힘을 가졌는지 알며 기운이 큰 무당을 만나면 작은 무당에게 임한 신이 도망가버려 기운을 쓰지 못한다는 말도 영화 속에 등장합니다. 

영화는 초반의 무당은 돈만 밝히는 사기꾼처럼 보입니다. 알바 인생을 전전하며 취업을 하지 못해 벼랑 끝에 내몰린 신남은 무당이 '블루오션'이라는 말에 혹해 보증금까지 빼서 천만원이나 되는 무당학원에 등록합니다. 무당학원에 와서도 제일 먼저 신내림을 받으려고 할 정도로 절박하게 돈을 구하지만, 신내림도 받지 못하고 일단 당집부터 차려 사람들에게 어떻게서든 굿을 받게 하려고 거짓말을 합니다. 신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해 사람들을 혹세무민하고, 혹세무민 당하는 어리석은 과정들을 보여주는가 싶습니다. 속성으로 신내림을 받기 위해 받은 '대무가' 역시 영 엉터리로 보입니다. 현충원 육교 위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신남이 굿을 하다 진짜로 접신을 하게 되는 순간부터 영화는 반전됩니다. 굿을 의뢰한 여자가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신남은 실종되고, 실종된 신남을 찾아나서는 '청담도령'의 이야기부터는 무당은 사기꾼이 아닌 진짜 신을 모시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청담도령은 무당학원에서 제일 먼저 신내림을 받은 인물로, 무당이 되기 전에도 사람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정신과의 문턱이 높은 대한민국에서 무당집은 정신과를 대신하는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남들에게 하기 힘든 이야기를 당집에서는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담도령은 정말 자신에게 응한 애기도령을 통해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더 큰 무당인 '박성준'을 만나고 한계에 부딪칩니다. 큰 힘 아래 작은 힘을 가진 애기도령이 청담도령을 떠나 버리고, 청담도령은 다시 신내림을 받기 위해 산기도를 하고 역시 '대무가'를 외며 정성을 다합니다. 신남과 비슷한 과정을 밟으며 '대무가'를 하지만 이미 앞서 진짜 접신을 하는 것을 목격한 이후라 청담도령의 행위는 우스꽝스럽기 보다는 정말 절박하게 느껴집니다. 뒤이어 이어지는 최고의 자리에 있었으나 그 최고의 자리에서 흥청망청하여 신이 떠버린 '박성준'의 '대무가' 역시 처절합니다. 신은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지만, 그 신을 받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하는 두 사람의 정성은 진실되고 절실합니다. 

 

너무 잔인하면서도 애매하게 약한 악역, 애매하게 약한 결말

사실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보통 악역을 잘 맡지 않는 정경호 배우가 올빽을 하고 악역으로 등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하는 악역을 한 번 보고 싶었습니다. 영화 초반 앞뒤 없이 청담도령을 무자비하게 내려치고, 필요없어진 신남에게 냉정하게 농약을 먹이려는 모습 등은 이전의 정경호 배우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전례없는 악역의 모습이었습니다. 싸이코패스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그는, 사실 어릴 때 마을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잔인한 일을 겪은 사연있는 악역이었습니다. 멋으로 두른 줄 알았던 스카프는 그의 전신에 남은 화상을 가리기 위한 것이었으니까요. 

아버지를 죽인 '정윤희' 역시 오랜 세월동안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온 인물로 처음에는 돈을 노리고 아버지를 죽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역시 사연있는 인물이었습니다. 결국 결말에 남자 셋도 어쩌지 못할 정도로 가장 두려운 악연이었던 손익수를 처리하는 것은 여자인 정윤희였습니다. 아버지에게 맞지 않기 위해 연마한 유도로 손익수의 발목을 꺾어 버립니다. 

사실 한을 흥으로 풀어낸다고 했던 굿판도 조금 약했고, 악역도 완전히 미워할 수도 그렇다고 사랑할 수도 없는 역할에, 무당으로 등장한 세 인물 역시 어떤 의미의 지점을 찾아내기가 어려워 악역은 처리되고 신남도 천만원을 돌려받아 해결이 되었지만, 조금 다 미묘한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무당이나 굿이라는, 사실 오컬트적인 양념으로만 사용되던 이야기를 좀 더 진정성있는 관점에서 바라보았다는 것도 좋은 시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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